코스피 17.91% 폭등했는데 왜 개인만 8조 팔았을까? 7월 31일 시장의 세 가지 변수
코스피가 역대 최대폭으로 올랐습니다. 하루에 1001.89포인트, 상승률 **17.91%**입니다.
그런데 개인 투자자는 그날 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유가증권시장에서 8조원 넘게 팔았습니다.
단순한 공포 매도였을까요. 아니면 하필 그날 시작된 레버리지 현금 3000만원 규제 때문이었을까요.
먼저 답을 드리면 규제 하나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성격이 다른 세 가지가 그날 겹쳤습니다.
사상 최대 폭등한 날, 시장 기록부터 짚어봅니다
코스피는 6595.45로 마감했습니다. 전 거래일보다 1001.89포인트, 17.91% 올랐습니다. 종전 기록이던 2008년 10월 30일의 11.95%를 크게 넘어섰습니다.
코스닥도 11.63% 오른 719.76으로 끝났습니다.
주도주가 더 극적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는 29.95% 오른 171만8000원에 상한가로 마감했습니다. 이 종목이 상한가를 친 것은 2009년 1월 이후 처음입니다. 삼성전자도 26.81% 오른 26만2500원을 기록했습니다.
수급은 정반대로 갈렸습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7조원대를 사들이는 동안 개인은 8조2500억원가량을 순매도했습니다.
여기서 숫자가 헷갈리기 쉽습니다. 기사에 따라 개인 순매도가 10조원대로 나오는데, 이건 코스닥을 더한 게 아니라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 거래까지 합친 수치입니다. 같은 날 개인 순매도가 8조와 10조로 다르게 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급등 배경은 두 가지가 꼽힙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대형 기술기업 실적이 좋게 나오면서 인공지능 투자 우려가 누그러졌고, 며칠간 과하게 빠진 데 따른 반발 매수가 여기에 겹쳤습니다.
개인은 왜 하필 오른 날 팔았을까
먼저 오해 하나를 풀고 가겠습니다. 레버리지 규제는 사는 것을 막는 조치입니다. 파는 데는 제한이 없습니다. 이날 개인이 8조원을 판 것을 규제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성격이 다른 세 가지가 같은 날 겹쳤다고 봐야 맞습니다.
첫째, 반등이 오기 전에 이미 정리된 물량이 많았습니다. 7월 28일 코스피는 10% 넘게 빠졌고 29일에도 하락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빚을 내 투자한 계좌가 먼저 흔들렸습니다.
7월 29일 하루 반대매매 금액은 611억3000만원으로 직전 거래일의 138억9000만원보다 340% 늘었습니다. 증권사가 빌려준 돈을 회수하려고 고객 주식을 강제로 판 금액입니다. 반등을 기다릴 새도 없이 계좌에서 사라진 물량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둘째, 본전 심리가 몰렸습니다. 며칠 만에 계좌가 크게 줄어든 뒤 급반등이 오면, 더 오를 것을 기대하기보다 손실을 줄이고 빠져나오려는 매도가 늘어납니다. 이번에는 반등폭이 워낙 커서 그 심리가 하루에 집중된 것으로 보입니다.
셋째, 판 사람이 다시 들어오기 어려워졌습니다. 여기서 규제가 등장합니다.
그날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현금 3000만원이 있어야 살 수 있었습니다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기본예탁금을 7월 31일부터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렸습니다. 기본예탁금은 쉽게 말해 이 상품을 사려면 계좌에 미리 있어야 하는 최소 금액입니다.
핵심은 금액이 아니라 인정 범위입니다. 예전에는 주식이나 채권 같은 대용증권, 그러니까 현금 대신 담보로 인정해 주던 자산을 시가의 70%까지 쳐줬습니다. 현금이 없어도 보유 종목으로 문턱을 넘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현금만 인정됩니다. 주식이 5000만원어치 있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여기에 두 가지가 더 붙었습니다. 주식을 팔아 만든 돈은 결제가 끝나는 2영업일 뒤부터 현금으로 인정됩니다. 매도대금을 담보로 받는 대출도 계산에서 빠집니다. 일정 기간 거래하면 요건을 낮춰주던 완화 제도도 폐지됐습니다.
그래서 이날 시장에는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습니다. SK하이닉스를 두 배로 추종하는 상품은 60% 가까이 올랐습니다. 삼성전자 추종 상품도 50% 넘게 뛰었습니다.
그런데 거래는 얼어붙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14종의 거래량은 전날 9억3297만주에서 2억4192만주로 74.1% 감소했습니다. 인버스를 포함한 16종의 거래대금도 전날 12조4000억원대에서 3조원대로,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60% 넘게 오르는 상품을 앞에 두고도 주문을 낼 수 없었던 투자자가 그만큼 많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규제와 뚜렷하게 이어지는 것은 지수의 방향이 아니라 이 부분입니다.
왜 못 샀을까? 현금 3000만원이 있어도 매수가 막힌 이유
시행 첫날 가장 많은 혼란이 나온 지점입니다. 계좌에 현금 3000만원이 있는데도 매수가 막힌 사례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계산 방식에 있습니다. 매수가 체결되면 그 금액은 인정 현금에서 곧바로 빠집니다. 반면 판 돈은 이틀 뒤 결제가 끝날 때까지 현금으로 들어오지 않습니다.
하루에 사고팔기를 반복하면 실제 잔고와 상관없이 인정 현금이 계속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언론 보도에는 6924만원가량을 더 넣으라는 안내를 받은 투자자 사례가 나옵니다. 증권사가 미리 보낸 공지에는 3000만원이라는 금액만 적혀 있었고, 반복 매매를 할 때 필요 현금이 어떻게 불어나는지는 충분히 안내되지 않았습니다.
3000만원은 계좌에 묶어두는 돈이 아니라 주문을 낼 때마다 통과해야 하는 문턱입니다. 한 번 통과했다고 다음 주문이 자동으로 열리지 않습니다.
내 계좌에서 지금 확인할 것 세 가지
하나, 내가 가진 상품이 단일종목인지 지수형인지 봅니다. 이번 규제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한 종목의 등락을 두 배로 따라가는 상품이 대상입니다. 코스피200 같은 지수를 따라가는 레버리지 ETF는 3000만원 요건 대상이 아닙니다. 상품명에 "단일종목"이 들어가는지부터 보시면 빠릅니다.
둘, 추가 매수를 생각한다면 필요 현금을 미리 계산합니다. 하루에 여러 번 매매하는 분이라면 3000만원만 준비해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실제 필요 금액은 증권사 주문 화면에서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고, 애매하면 거래 증권사 고객센터에 계좌번호를 두고 물어보는 방법이 가장 빠릅니다.
셋, 빚을 내 투자 중이라면 담보유지비율부터 봅니다. 담보유지비율은 빌린 돈에 견줘 계좌에 남은 담보 가치가 얼마인지를 나타내는 비율입니다. 통상 140% 아래로 내려가면 추가 입금을 요구받고, 이를 채우지 못하면 반대매매가 이뤄집니다.
7월 29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 즉 개인이 증권사에서 빌려 주식을 산 금액은 32조9950억원으로 33조원에 가까웠습니다. 규제보다 반대매매가 먼저 계좌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은 지난주가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남은 일정
8월 19일에는 괴리율 관리 기준이 강화됩니다. 괴리율은 상품이 실제로 담고 있는 가치와 시장 거래 가격의 차이입니다. 이 차이가 벌어지면 제값보다 비싸게 사거나 싸게 팔게 됩니다.
보완방안 발표 당시 국내 기초자산 상품은 3%에서 2%로, 해외 기초자산 상품은 6%에서 5%로 좁히는 안이 제시됐습니다.
매매수량단위를 1좌에서 20좌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됩니다. ETF는 주식의 "주"에 해당하는 단위를 "좌"라고 부르는데, 20좌 단위가 되면 20좌나 40좌처럼 20의 배수로만 주문할 수 있습니다. 소액으로 잘게 사고파는 단기 매매를 줄이려는 조치입니다. 당초 11월 시행이 목표였고 20좌도 잠정 수치이지만, 기본예탁금이 그랬듯 일정이 앞당겨질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개인별 투자한도 20%는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개인이 굴리는 전체 투자금액 가운데 일정 비율까지만 이 상품에 넣도록 총량을 관리하겠다는 방향은 나왔지만, 비율과 계산 방식, 시행 시기는 모두 남아 있습니다. 당국은 7월 31일 이 방안의 시뮬레이션에 들어갔고, 기존 투자자를 위한 경과조치도 함께 검토하고 있습니다.
날짜까지 정해진 것은 7월 31일 기본예탁금과 8월 19일 괴리율 기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규제 때문에 코스피가 오른 건가요
그렇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날 상승은 대형 기술기업 실적과 과매도 반등이 함께 작용한 영향이 큽니다. 규제로 설명되는 쪽은 지수가 아니라, 반등장에서 레버리지 거래대금이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부분입니다.
레버리지 규제가 없었다면 개인은 팔지 않았을까요
규제와 상관없이 매도는 나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앞서 며칠간 반대매매로 정리된 물량과 본전 심리가 이미 쌓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규제가 바꾼 쪽은 파는 흐름이 아니라 되사는 흐름입니다.
개인 순매도는 8조인가요 10조인가요
둘 다 같은 날 수치입니다. 기준이 다를 뿐입니다. 유가증권시장만 보면 8조2500억원가량이고,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거래까지 합치면 10조원대가 됩니다. 기사에 넥스트레이드나 대체거래소가 언급돼 있는지 보면 구분됩니다.
이미 갖고 있는 레버리지 상품은 팔아야 하나요
아닙니다. 매도에는 제한이 없고 계속 보유해도 됩니다. 제한되는 것은 신규 매수와 추가 매수입니다.
현금 3000만원만 있으면 무조건 살 수 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3000만원은 주문을 낼 수 있는 최소 문턱이고, 매수가 체결되면 그만큼 인정 현금이 줄어듭니다. 같은 날 사고팔기를 반복했다면 필요한 금액이 3000만원을 크게 넘을 수 있습니다.
지수형 레버리지 ETF도 3000만원이 필요한가요
아닙니다. 다만 지수형에도 사전교육과 증권사별 예탁금 기준이 따로 걸려 있을 수 있으니, 거래 전에 본인 계좌 기준은 한 번 확인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해외에 상장된 상품도 대상인가요
단일종목이라면 대상입니다. 특정 기업 한 곳을 두 배로 추종하는 해외 상장 상품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됩니다. 국내만 조이면 수요가 해외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생긴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입니다.
이번 급락과 폭등을 하나의 흐름으로 보려면
7월 말 시장은 며칠 사이에 급락과 사상 최대 폭등을 오갔습니다. 이 글에서 다 담지 못한 부분은 아래 순서로 읽으면 이어집니다.
첫 번째는 반대매매와 담보유지비율 140%입니다. 계좌가 어떻게 강제로 정리되는지 여기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기본예탁금 3000만원 제도입니다. 이번 규제의 세부 내용과 일문일답을 정리해 뒀습니다.
세 번째는 7월 28일 코스피 급락의 원인입니다. 이 글까지 보시면 급락에서 폭등까지의 맥락이 하나로 이어집니다.
이번 장에서 남길 것
이번 주 시장이 남긴 교훈은 방향을 맞히는 일보다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10% 넘게 빠진 다음 날 17% 넘게 오르는 장에서는, 내 판단과 무관하게 계좌가 정리되면 반등을 기다릴 기회 자체가 사라집니다.
지금은 두 가지만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빚을 쓰고 있다면 담보유지비율, 레버리지 상품을 갖고 있다면 다음 주문에 실제로 필요한 현금입니다. 이 두 숫자를 모르는 채로는 변동성이 큰 장을 버티기 어렵습니다.
세부 기준과 시행 시기는 관계기관 협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주문 전에는 이용 중인 증권사의 공지와 주문 화면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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